지구가 처한 환경의 위기와는 달리 대부분의 인류는 무감각하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09:47>의 주인공 가족처럼. 이야기는 이들이 배를 타고 비진도를 향해 배를 타고 가는 8시 40분부터 시작한다. 재깍재깍 시간은 흐르고 화장실에 간 아이는 들어갈 때와는 달리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온다. 그때의 시간은 9시 47분이다. 현실의 시간일까? 상상의 시간일까?
이 순간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중첩되는 시간이자 교차되는순간이기도 하다. 11시 50분에 이르면 갈매기가 낚아채 간 토끼인형이 아이 바로 앞 바다에 두둥실 떠내려와 아이를 깊은 바다로 유인한다. 11시 59분, 토끼를 쫓아 헤엄쳐 온 아이는 거대한 고래 눈동자와 마주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