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영어 예찬론과 영어 망국론이 공존하는 사회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영어를 예찬하고 있고 진보주의자들은 영어 망국론을 이야기한다. 둘 사이에 타협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충분히 타협이 가능하다.
강준만 교수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적인 논지는 ‘서열 미화’와 ‘서열 타파’ 사이에 중간지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서열 유동화’다. ‘서열 미화’와 ‘서열 타파’라고 하는 양극화된 대립구도 속에서 ‘서열 유동화’라고 하는 제3의 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영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간 학벌, 서열, 경쟁을 비판하면서도 학벌과 서열을 깨거나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열 유동화’를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원적 경쟁 체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경쟁의 병목 현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평생 경쟁 체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학의 기존 ‘고정 서열제’를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동 서열제’로 바꿔야만 학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게 강준만 교수의 주장인 셈이다.
영어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사실상 학벌과 한 몸인 영어 문제 역시 서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가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는 대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열 미화’와 ‘서열 타파’라는 양 극단의 주장을 넘어설 수 있는 ‘서열 유동화’에 주목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목차
머리말 한국인의 영어 전쟁 · 5
제1장 영어는 처음부터 ‘권력’이었다 : 개화기~일제강점기
제2장 영어는 ‘시대정신’이었다 : 해방 정국~1950년대
제3장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 1960~1980년대
제4장 세계화 시대에 영어 광풍이 불다 : 1990년대
제5장 “한국에서 영어는 국가적 종교다” : 2000~2002년
제6장 영어, 정치와 유착하다 : 2003~2007년
제7장 ‘영어 망국론’이 등장하다 : 2008~2014년
맺는말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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