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제의 한국병합 95년, 광복 60년, 한일국교정상화 40년…… 한국과 일본 사이의 근현대사는 이처럼 지배와 해방, 화해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마디마디를 이루면서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무엇이 있은 지 몇 년’ 따위의 흘러간 시간의 ‘양’도 꼭 표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묵은 감정이 풀리고 청산되지 못한 과거가 제자리를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도리어 시간의 양만큼 해묵은 감정이 쌓이거나 여전히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서로의 과거를 힐난하는 사이에서 제자리걸음이라면 이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다.

과거에 얽힌 것들을 풀고,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일 가운데, 감추어진 과거사를 발굴하고 휘어지고 굽은 역사를 다시 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에 예전부터 좋은 뜻을 두고 한일 사이의 아픈 과거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왔고, 지금도 여념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자료의 부족과 접근의 한계 때문에 제약이 많았던 주제가 있다. 바로 일제시대에 자발적이고도 강제적으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하나의 노동자계급을 형성한 재일 한국인 노동자계급의 형성사와 투쟁사가 그것이다. ‘재일 조선인(한국인)’을 주제로 한 연구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일 조선인(한국인)’이라는 ‘민족적’ 색채를 간직하면서, 이주 또는 강제 연행된 한국인의 ‘계급적’ 측면까지 고려한 연구서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일제시대 재일 한국인 노동자계급의 상태와 투쟁》이라는 책 이름만 봐도 저서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저자 전기호 교수는 10년 전에 일제시대 재일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활’, ‘노동력의 착취’, 그리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뒤 이와 관련된 논문들을 발표하였고, 이번에 이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게 된 것이다.저자는 이 책에서 재일 한국인 노동자계급의 ‘형성 요인’과, 그들이 직면한 여러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을 결정적으로 규정한 것들이 일본 자본주의의 역사적 특수성, 특히 그 후진성?반봉건성?군사성 등에서 나올 수밖에 없음을 논증하고 있다. 제1부는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한국인의 열악한 노동, 생활 상태를 연구한 5개의 글로 이루어졌고, 제2부는 식민지 본국 일본에서 한국인 노동자계급이 비인간적인 상태에 맞서서 벌였던 투쟁을 서술하고 있다.

이 연구서는 일제시대의 민족적 차별에서 말미암은 ‘민족운동사’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형성된 한국인 ‘노동자계급’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체험하고 투쟁했던 일들을 ‘계급적’ 관점에서 서술하려는 태도를 끝까지 지키려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저자가 ‘민족적’, ‘계급적’ 관점을 함께 갖되 어느 한 시각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감각을 책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부 재일 한국인 노동자계급의 형성과 상태
제2부 재일 한국인 노동자계급의 저항과 투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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