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열아홉 살의 나이로 데뷔하여 40여년 동안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해 온 이미자 씨는 그 동안 '열아홉 순정' '동백아가씨' '기러기아빠' '섬마을선생님' '아씨''황혼의 블루스' '흑산도 아가씨' '노래는 나의 인생' 등 주옥같은 노래를 발표하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면서 그들에게 노래로 생명수를 뿌려준 우리 시대의 국민가수다.

그 동안 560여장의 음반과 2,069곡의 노래를 취입하여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그녀는 이제 노래 인생 40년, 여자 인생 60년을 정리하는 책을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이미자 씨는 이 책에서 자신의 노래 인생 40년 동안의 사연들과 대중 예술인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자신의 느껴야 했던 비애감과 서글픔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지방극장 무대를 전전하면서 동시에 여러 콩쿠르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면서 '열아홉순정'으로 데뷔했지만, 이후 '동백아가씨' 빅히트하면서 트로트 가수로 이미지가 굳혀지게 되는 과정, 그로 인해 다른 풍의 노래는 부르고 싶어도 전혀 부를 수 없었던 마음고생도 함께 털어놓고 있다.

1970년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포크 계열의 음악이 사랑을 받게 되고, 트로트 가요보다는 서구풍의 팝계열의 노래가 점차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지식인 및 상류층이 애호하게 되면서 트로트는 '뽕짝'이라 하여 천박한 노래라고 비하하는 분위기에서, '트로트의 여왕'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피력하고 있다. 술자리에서는 자신의 노래를 즐겨 부르면서도 막상 공개 석상에서는 트로트를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많이 섭섭해왔고, 지금도 그런 섭섭함은 남아 있다고 고백한다. 세련되고 무대 매너도 좋은 패티 김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한때 자신도 노래풍을 바꿔보려 했으나 이미 굳어버린 '트로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극복할 수도 없었다.

그런 고통 속에서 한때 가수라는 직업을 포기할까라는 고민도 해왔다. 그녀가 지금까지 트로트를 지치지 않고 부르게 된 것은 자신의 노래에 눈물 짓고,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속에 묻혀있는 응어리들을 풀어낸 수많은 팬들의 사랑 때문에 버텨올 수 있었다고, 그들의 사랑 때문에 자신의 무대를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