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 시인선 470권. 이하석의 열번째 시집. 이하석은 197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40여 년 동안 서정시로 분류할 수 있는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서정시로 시의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뜻을 가진 '극(極)서정시' 시리즈로 시집 <상응>을 출간한 바 있다.
<상응>은 시의 서정성을 되찾고, 내용이든 형식이든 독자에게 좀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써야 한다는 그의 다짐과도 같았다. 이번 시집은 <상응> 이후 이하석이 내놓은 첫번째 신작이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만큼, 그가 그리는 세계, 그리고 묘사, 표현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시집은 '기억'이라는 단어에서부터 풀어낸 명시들이 주를 이룬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이하석에 대해 "서정 시인으로서는 희귀하게 자기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평한 바 있는데, 감정이 과도하게 표출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관찰자로서의 '시선'이 이하석의 시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이다.
지나간 기억을 두고, 뜯어보고 지워보고 되살려보는 그의 작업물들은 관찰자로서의 이하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기에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하석은 '기억'이라는 단어를 소출함으로써 증명해낸 셈이다.
목차
제1부
새/배/구름의 키스/비/오대산 바람/빨간불/빨래/민들레 쓰나미/커피인간/최병소처럼, 지우기/미시령을 밤에 넘다
제2부
사월의 눈/섬/나무/수허재(守虛齋)/봄날/달/동강할미꽃/하얀 어둠/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지/봄색(色)
제3부
새 4/빈집/새 5/거미 시론(詩論)/고양이 필법(筆法)/산길/제야/내놓은 길/제비꽃에 대하여/우포늪 백일장/말/가객(歌客)
제4부
시/두 풍경/수달/두 채의 성단(星團)/참꽃산/숲/애일당(愛日堂)/태풍의 길목을 지키다/울산 바다
제5부
현풍장/태종대 굿당/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매화우(梅花雨) 서사/방천시장의 봄/엉겅퀴/수북수북/별밤/밥/가창댐/대가야인들/사람들/붉은 강/전어(錢魚)/가을/눈 내리는 저녁
제6부
낙엽서(落葉書)/야적2010829/객귀 이야기/바다의 해산/휴대폰/시인/매화 무늬진 필리핀산 수석을 얻다/저녁의 나무/연애 간(間)
해설 바람의 기억들, 그 이후_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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