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등단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짙은 인상을 남기며 평단의 기대를 받아온 소설가 정용준의 첫번째 장편소설. 말이 얼음 결정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아름답고 불길한 동화 '얼음의 나라 아이라'로 시작되는 『바벨』은 이 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천재 과학자 노아가 말을 결정화하는 실험에 실패한 뒤, 말이 만들어내는 부패하고 냄새나는 펠릿 때문에 사람들이 말문을 닫고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 ('바벨') 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말'과 '소통'이라는 언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이런 SF적 상상은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결합해 먹먹하고 절망적인 시기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고통을 실감하게 한다.
소재적으로는 종말의 문제를 '언어'의 형상화와 소통이라는 문학의 오랜 고민과 더불어 제시하고, 서사적으로는 종말론적 이야기가 거의 필연적으로 당도하게 될 선택의 아포리아와 정직하게 대면하며, 주제적으로는 그 아포리아가 유발할 수 있는 종말론적 염세주의에 손쉽게 투항하지 않은 채 급기야는 어떤 희망이라는 삶의 형식에 도달하고야 만다.
목차
프롤로그_ 얼음의 나라 아이라
1부
2부
3부
에필로그
해설_ 희망을 만지는 언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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