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듣기’가 타자의 말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동시에 말하는 이에게 자기이해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그 행위에서 어떤 힘을 느낀다고 덧붙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산파술’, 또는 ‘시중드는 사람’이라 불렀던 그 힘을 말이다.
저자는 ‘듣기’라는 행위가 가진 철학적 힘을 밝히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리고 철학이 복원해야 할 것이 이렇게 귀를 여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고통받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위안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시작과 끝을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함께 있다는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듣기의 철학은 이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말을 줄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마음이다.
철학의 본령은 발밑에 세상을 꿇어앉히고 모든 것을 망라해 ‘높은 수준의 시각’을 뽐내는 것이 아니다. 삶을 구성하는 존재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그 가운데서 배움을 얻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철학, 듣기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목차
타자에게 닿기 위한 철학 5
1. ‘시도’로서의 철학
‘듣는다’는 행위 17
철학의 모놀로그 21
철학의 스타일 24
철학의 위기 30
철학의 강박관념 33
철학의 구조 40
‘에세이’라는 이념 44
비-방법의 방법 48
2. 질문, ‘누구 앞에서’
철학의 장소 59
눈을 마주치는 것 65
목소리가 전달된다는 것 71
무언가와 마주한다는 것 79
3. 우연히 만난다는 것
침묵과 대화의 타협 87
말할 틈을 주지 않다 91
보완성 100
누군가를 만나는 일 107
4. 목소리가 울려 퍼지다
어떤 인생상담 117
말이 나를 붙잡다 122
누가 들어주는 것인가 128
환대에 관해 135
5. 고통의 고통
우리는 모두 이방인 143
상처받기 쉽다는 것 147
괴로움을 잃다. 155
‘바람’이라는 청취 160
‘팩’이라는 치료법 162
6. ‘접하다’와 ‘닿다’
타자의 맥박을 접하다 169
‘접촉’의 위상 173
‘다가오는’ 소리 178
음향적 존재로서의 인간 185
7. 받아들인다는 것
받아들이는 경험 193
‘시간을 준다’ 혹은 무조건적인 존재 198
서로의 숨겨진 측면 201
8 호모 파티엔스
케어와 그 ‘장(場)’ 209
환대의 법칙 218
호모 파티엔스 225
의미를 동반하면서, 의미의 저편으로 236
애매모호함과 밝음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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