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산책자』양철주 작가는 날마다 글과 문장 속으로 산책을 간다. 그러다가는 아예 주저앉아 그 글을 베껴 쓰기 시작한다. 어느 날은 텍스트를 통째로 필사하기도 한다. 그는 잠들어 있던 자신을 깨워준 것이 필사였노라고 고백한다. 누군가 저자에게 그 시간에 책을 더 읽거나 자기 글을 쓰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이 모든 것이 사랑 때문이었노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문학 사랑은 필사를 넘어서게 했고, 자신의 문장을 쓰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저자의 사랑과 필사, 필사적 사랑법을 『종이 위의 산책자』에 담을 수 있었다. 저자의 스물여덟 편의 시적인 산문은 이제 우리에게 속삭인다. 함께 가 보자고, 종이 위를 함께 산책하자고...
목차 들어서며
Ⅰ 나의 고백
우리 할머니 부치댕이댁 필사의 몸 나의 필사적 사랑법 너의 바다, 나의 물웅덩이 혹시 연필 좋아하세요? 연필 사각이는 소리 따스한 햇빛 속의 침묵 노트 위로 추억이 번질 때 때로는 한 줄의 시가
Ⅱ 사소해도 하찮지 않은
괴로운 날에는 절실한 책을 버터 바른 크루아상의 맛 밑줄을 긋는 마음 종이를 기리는 노래 별빛처럼 내게 온 것 우리 살던 옛집을 추억할 때 삶을 안아 주는 냄새
Ⅲ 그때의 열정과 간절함이
마음에, 깊이, 스민 지금은 그때와 다르더라도 나만을 위한 침묵 아주 작은 조각이라 해도 속도에서 내린 사람 기억은 자기 몸을 찾아 떠도네 길에 대하여 눈물의 배경음악 필사의 위로 밤을 바라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