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정 작가는 아흔 살을 맞는 할머니의 죽음이 머지않음을 느끼며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할머니가 실내에 심어진 나무 같다고 생각하며, 오랜 세월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혜를 자손에게 물려주고 다음 봄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이별은 우리의 끝이 아님을, 할머니의 삶은 하나도 빠짐없이 귀하고 아름다웠음을, 그리고 할머니의 사랑이 자손들에게 연결되어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린 조영지 작가는 정겨우면서도 따듯한 할머니를 그려 내 이야기 속 할머니를 살아 움직이게 했다. 실제 우리 할머니의 방처럼 늘 그리운 공간을 생생하게 그려 냈고, 수많은 할머니 나무가 살아 숨 쉬고 있을 아름다운 숲을 환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개장에 새겨진 섬세하고 우아한 나전칠기가 펼쳐지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두 작가가 이렇게 함께 완성한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과, 모든 자손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결코 단절과 소멸을 뜻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사는 동안 가족에게 베풀었던 사랑과 희생,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 그리고 그 순간들이 우리 마음과 마음 사이, 단단한 뿌리로 연결되어 오래오래 살아 숨 쉴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미 겪은 이별도, 다가오는 이별도 조금은 덜 슬플지도 모른다. 그림책 《할머니 나무》의 할머니처럼 숲으로 소풍을 간 모든 할머니가 평온하기를, 또 이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남은 계절을 기쁘게 이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