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효서의 여덟 번째 단편집이다. 2005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소금 가마니'와 2004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선정된 '시계가 걸렸던 자리'를 비롯해 총 아홉 편의 소설을 수록했다. 표제작 '시계가 걸렸던 자리'는 의사에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마흔일곱의 '나'가 출생일시에 맞추어 고향집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탄생과 소멸의 모티프가 두드러진다.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전쟁과 질병, 억누를 수 없는 내면의 공허가 죽음의 상상과 체험을 거쳐 평온한 위안과 화해로 이어진다. 그 상상은 또다른 '나'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나'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긍정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