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의 시 260권. 201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철와 오크』를 통해 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인 송승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인간의 운명으로는 감당치 못”하는 기계장치의 세계 혹은 나라는 주체가 제거된 세계에서의 없는 것들의 정체를 그려 낸다.
송승언의 첫 시집이 의미와 세계를 무한히 확장했다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그런 건 없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사랑해 마지않는 세상이 불타 없어졌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내가 어떤 궤적을 그리며 걷고 있구나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송승언이 내미는 손은 쉬이 악수할 수 없는 손이다. 다른 손은 일종의 기계장치라 할 수 있는 ‘램프’를 들고 있는데, 우리는 그 램프에 의지하여 사물과 세계를 봐야만 한다. 우리는 손을 맞잡기를 포기하고 불타는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모닥불에 인간의 영혼과 진짜라고 믿었던 세계가 불타 없어지는 상황을. 원래 없었던 것이 되는 기이한 장면을. 못 견디어 고개를 돌리면 거기에 시(詩)라는 형식의 램프를 든 시인이 있다. 이 건조한 낭만주의자가 이끄는 곳으로 더 멀리 가고만 싶어진다. 설령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목차
pt.1
내 영혼을 먼저 끌어내 줘요 13
내가 없는 세계 14
액자소설 16
나 아닌 모든 18
일각수 20
램프 21
대관람차 22
기계적 평화 24
기념관 26
사랑과 교육 28
반쯤 인간인 동상 30
커대버 32
램프 33
사람 그리는 노래 34
죽음 기계 36
분쇄기 38
문틈에서 문틈으로 40
죽고 싶다는 타령 42
별들이 퍼붓고 난 이후 44
상황의 끝 46
커대버 48
구어 49
천변만화 50
사후적 관점 52
인챈트 54
고기잡이 노래 56
먼저 본 일에 대해 변명함 57
끝없는 삶 58
- 59
뿔이 부러진 말 60
재의 연대기 61
pt.2
회랑 67
오지브웨이 유령 사냥 68
활력 징후 70
기계 장례 72
이후에 73
아치 77
아스모데우스 78
납골당 80
빠찡코 82
시계 83
비실감 84
천막에서
축사로 85
제설제 88
유니즌 90
이야기 않기 91
몇 년 전, 장례식 있었던 무렵쯤 92
- 93
유리세계 94
빛의 모험 97
구원이 끝나는 밤 98
들 100
인챈트 101
학예사 103
모닥불의 꿈 104
- 105
역행시 106
추천의 글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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